[논어집주(論語集注) 선진(先進) 11-24] 오부녕자(惡夫佞者) / 말재주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

子路使子羔爲費宰.(자로사자고위비재)

자로가(子路) 자고로 하여금(使子羔) 비읍의 재가 되도록 했다(爲費宰).

子路爲季氏宰而擧之也.

자로가(子路) 계씨의 재가 되어(爲季氏宰而) 그를 천거했다(擧之也).

子曰: “賊夫人之子.”(적부인지자)

子曰: “저 남의 자식을(夫人之子) 해치는구나(賊).”

○ 賊, 害也. 言子羔質美而未學, 遽使治民, 適以害之.

○ 적은(賊), 해침이다(害也). 자고의 바탕이(言子羔質) 아름답지만(美而) 아직 배우지 않았고(未學), 갑자기(遽) 백성을 다스리게 하면(使治民), 단지(適以) 그를 해치는 것이다(害之).

子路曰: “有民人焉, 有社稷焉.(유민인언 유사직언) 何必讀書, 然後爲學?”(하필독서 연후위학)

子路曰: “백성이 있고(有民人焉), 사직이 있습니다(有社稷焉). 하필(何必) 책을 읽고 나서야(讀書, 然後) 배우는 있습니까(爲學)?”

言治民事神皆所以爲學.

백성을 다스리고(治民) 귀신을 섬기는 것이(事神) 모두(皆所) 배우는 방법이라고(以爲學) 말한 것이다(言).

子曰: “是故惡夫佞者.”(시고오부녕자)

子曰: “이 때문에(是故) 저 말 자하는 사람을(夫佞者) 미워한다(惡).”

○ 治民事神, 固學者事, 然必學之已成, 然後可仕以行其學. 若初未嘗學, 而使之卽仕以爲學, 其不至於慢神而虐民者幾希矣. 子路之言, 非其本意, 但理屈辭窮, 而取辨於口以禦人耳. 故夫子不斥其非, 而特惡其佞也.

○ 백성을 다스리고(治民) 귀신을 섬기는 것은(事神), 참으로(固) 학자의 일이지만(學者事), 그러나(然) 반드시(必) 학문이 이루어지고 나서(學之已成, 然後) 벼슬하고(可仕以) 그 배움을 행할 수 있다(行其學). 만약(若) 처음에(初) 배우지 않았는데도(未嘗學, 而) 그로 하여금(使之) 벼슬에 나아가서(卽仕以) 배우게 한다면(爲學), 그것은(其) 귀신을 업신여기고(於慢神而) 백성을 학대하는 것에(虐民) 이르지 않을 사람이(不至者) 거의 드물다(幾希矣). 자로의 말이(子路之言), 그의 본뜻이 아니고(非其本意), 다만(但) 논리가 꺽이고(理屈) 말이 궁해서(辭窮, 而) 입에서 변명을 취해서(取辨於口以) 남을 막은 것일 뿐이다(禦人耳). 그러므로(故) 부자가(夫子) 그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 않고(不斥其非, 而) 다만(特) 그 말재주를 미워한 것이다(惡其佞也).

○ 范氏曰: “古者學而後入政. 未聞以政學者也. 蓋道之本在於修身, 而後及於治人, 其說具於方冊. 讀而知之, 然後能行. 何可以不讀書也? 子路乃欲使子羔以政爲學, 失先後本末之序矣. 不知其過而以口給禦人, 故夫子惡其佞也.”

○ 范氏曰: “옛날에는(古者) 배우고 나서(學而後) 정치에 들어갔다(入政). 정치로(以政) 배운다는 것은(學者) 듣지 못했다(未聞也). 대개(蓋) 도의 근본이(道之本) 수신에 있고 나서(在於修身, 而後) 남을 다스리는 것에 이르고(及於治人), 그 설은(其說) 책에 갖추어져 있다(具於方冊). 읽어서(讀而) 그것을 알고 나서(知之, 然後) 행할 수 있다(能行). 어찌(何) 책을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可以不讀書也)? 자로가(子路) 이에(乃) 자로로 하여금(使子羔) 정치로 배우도록 하려고 한 것은(欲以政爲學), 선후본말의 순서를 잃은 것이다(失先後本末之序矣). 그 잘못을 알지 못하고(不知其過而) 말재주로 남을(以口給) 남을 막았고(禦人), 그러므로(故) 부자가(夫子) 그 말재주를 미워했다(惡其佞也).”